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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5 한번쯤 정리해둘 내용 (4)

아주 예전의 일이다. 프로젝터를 이용해서 회의를 진행하던 때였다. 당시, 발표자료 조작을 담당한 분은 나보다는 조금 연배가 위였지만, 한창 실무자인 분이었다. 발표자가 여럿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보내오는 짧은 말과 몸짓을 읽어야만 원활한 발표 진행이 가능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발표진행은 매끄럽지 못했다. 그 분은 조작도 미숙했고, 다른 사람의 의도를 빨리 파악하지도 못했으면, 업무 내용을 잘 모르고 있어서 발표자가 아주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는 한 오퍼레이팅이 힘들었다. 사실 그 분은 프로젝트에서 상관이 즉시 시키는 일만 수행하던 터였다. 당시 수십 명이 멍하니 화면 위에서 버벅거리는 마우스의 궤적을 묵묵히 바라보아야 했다. 또 파일을 잘못 열고, 탐색기에서 여기저기 폴더를 돌아다니는 무의미한 영상을 한참 동안 봐야했다. 차라리 내가 하겠다고 나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그 후에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그 분과 비슷한 사람들을 보곤 한다. 한 때는 지인들과 함께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비아냥거린 일도 허다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나도 많은 면에서 일렬로 줄을 세우면 뒤쪽에 쳐질 만한 사람일 뿐이다. 살면서 다행스럽게도 역량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던 사람들이 종종 자기 몫을 해내는 모습을 간헐적으로 경험해왔다. 더러는 프로젝트에 큰 기여를 하는 부분이 아닐 수도 있고, 가시적으로 평가받지 못할 부분일 수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불신에 가득차서 '저 사람들은 도대체 무얼 할 수 있을까?'하는 식으로 거만하고 동시에 잔인한 생각을 품었던 내 생각이 조금은 성장할 수 있는 작은 놀라움을 선사하는 순간들이었다.

조급한 마음에 휩싸여 있을 때는 나의 이해와 당장 눈 앞에 놓인 일이 우선한다. 그래서,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뒷전이다. 나의 관심사와 주관적인 해석으로 사람을 끼워맞추지만 말고, 먼저 그 사람들을 이해하고 나서 그에 맞는 일을 찾아보면 더 적절한 조합이 보일런지 모른다. 물론, 절대,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해볼 만한 시도일 뿐.

작년 여름인가? 청계천 징검다리를 할아버지와 손녀가 손잡고 건너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징검다리 건너는 것을 돕기에 양자가 모두 적절한 파트너는 아니었기에, 내게는 도리어 진한 잔상을 남기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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