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 없는 애자일 논쟁에 휩쓸렸는데...

SI 프로젝트에서도 애자일 프로세스는 가능한가?라는 글을 보고 애자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지적은 '애자일이 SI에서 출발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재성씨가 말하는 SI 프로젝트는 국내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일민형이 '술자리에 씹었다'는 표현을 써서 도발을 했는데, 술자리의 이야기는 이렇다.

선배는 재성씨처럼 개발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러한 넋두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실망했다는 내용이다. 나 역시 수도 없이 넋두리를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솔직히 재성씨의 글은 반박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글이었다. 댓글을 달아놓은 일민씨도 뭐라고 하려다 말았다 했고, 나 역시 재성씨의 진심을 알기 때문에 달래는 글을 썼다. 하물며 재성씨를 모르는 사람이 저 글을 보면 어떠했을까?

선배는 나름 치열하게 열악한 전장의 일선에서 아주 천천히 개선을 만들어왔다. 그 일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나 역시 그렇고, 어제 술자리에 모인 사람은 모두 그런 점을 공유하고 있다. 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부정적인 관행에 의존하는 사람과 치열하게 싸웠다. 글쎄 그게 과연 치열했는지는 자신없지만, 대개는 나보다 훨씬 경험이나 영향력이 있는 이들이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신념을 지켜왔다. 그렇게 했을 때 아주 조금 대가가 주어졌다.

그것은 고작 HR0002222, HR00002223 등으로 작명하자는 원칙을 의미있는 작명으로 만드는 일일 때도 있었고, 프로젝트 관리자가 WBS 작성이나 반복계획서를 밑에 사람들에게 위임해서 입으로만 프로젝트를 하는 행동에 대한 대항이기도 했고, 깊이 고민하지 않고 '내가 오랫동안 그렇게 했다'라고 설계 결정을 내리는 사람과의 투쟁이기도 했다.

이쯤에서 밝히면 나는 애자일이 도무지 뭔지 모르겠다. 그간 수차례 애자일이란 말을 내멋대로 써온 것이 뜨끔하다. 나는 여러 업체에서 모여든 100여명의 팀원이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이행하기 위해 아침에 수행을 하고 오는 스승을 만난 일이 있다. 그 분이 프로젝트 현장에 있을 때는 갈등이 줄어들고, 사람들이 돌연 협력적으로 바뀐다. 이런 뚱딴지(?)같은 이야기는 접어두자. 나도 그런 것들을 실천할 엄두같은 것은 나지도 않으니까. 내가 애자일이란 말조차 잊어버리고 살 즈음인 요즘에 프로젝트에서 하는 일이 과거에 내가 '애자일'이란 말로 인식했던 것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자기 일'만 몰두하는 팀원들에게 다른 팀원과 자신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돈과 시간이 넉넉하다면, 김창준씨를 불러서 컨설팅을 받아도 좋겠지만, 무턱대고 페이 프로그래밍을 하고 TDD를 하자고 해서 팀원들이 그걸 따를 리가 있는가? 새벽에 올린 메시지의 파트너 역시 게임회사에서 '애자일'을 위해 파티션을 제거하고 욕을 먹고 있다 한다. 이러한 활동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실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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